디카페인 커피. 카페인 때문에 잠 못 자는 사람들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이게 생각보다 문제가 많다. 나도 한동안 디카페인만 마시다가 여러 가지 이슈들을 알게 되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디카페인 제조 과정이다. 생두에서 카페인을 추출하는 방식인데, 여기서 유기용매를 사용한다. 주로 메틸렌클로라이드나 에틸아세테이트 같은 화학물질을 쓴다. 이론상으로는 이 용매들이 다 제거되어야 하는데, 미량이지만 남아있을 수 있다. 특히 값싼 디카페인 커피일수록 이런 위험이 크다.
두 번째는 맛의 변화다. 카페인을 빼는 과정에서 커피의 고유한 맛과 향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 쓴맛은 줄어들지만 신맛이 더 강해지고, 본연의 향미가 많이 손상된다. 실제로 전문 바리스타들은 디카페인 원두로는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낼 수 없다고 한다.
세 번째로 카페인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카페인이라고 해도 보통 카페인이 3-12mg 정도 남아있다. 일반 커피(70-140mg)보다는 확실히 적지만, 카페인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밤에 디카페인 커피 마시고 잠 설치는 경우가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네 번째는 가격이다. 디카페인 처리 과정이 추가되다 보니 일반 커피보다 20-30% 정도 비싸다. 품질이 좋은 디카페인 커피는 가격이 더 비싸진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같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만든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의 두 배 가격을 호가한다.
다섯 번째로 영양소 손실이다. 카페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폴리페놀이나 클로로겐산 같은 유용한 성분들도 같이 줄어든다. 커피의 항산화 효과나 대사 촉진 효과가 감소한다는 얘기다. 결국 건강상의 이점도 일반 커피보다 떨어진다.
여섯 번째는 환경 문제다. 디카페인 공정에서 나오는 화학 폐기물이 적지 않다. 친환경 공법도 있지만 아직 소수다. 대부분의 디카페인 커피는 환경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그래서 요즘은 디카페인 대신 이런 방법들을 쓰고 있다:
- 오전에만 커피를 마신다 (오후 2시 이후론 절대 금지)
- 카페인 함량이 낮은 원두를 선택한다
- 로스팅이 약한 커피를 마신다
- 티카페인이 적은 녹차나 루이보스티로 대체한다
꼭 디카페인을 마셔야 한다면 이런 점들을 체크하자:
1.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로 만든 제품을 고른다
2. 유명 브랜드의 인증된 제품을 구매한다
3. 가급적 신선한 원두를 사용한다
4. 가격이 터무니없이 저렴한 제품은 피한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커피 자체를 줄이는 거다. 디카페인이든 뭐든 결국 커피는 산성 음료니까 위장에는 좋지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히 끊기는 힘드니, 일반 커피든 디카페인이든 적당량만 마시는 게 최선이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사실 하나. 디카페인 커피에서 추출한 카페인은 다른 음료수나 에너지 드링크의 원료로 사용된다. 결국 우리가 마시는 콜라나 에너지 드링크의 카페인 중 일부는 디카페인 커피에서 나온 거라는 얘기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