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아무 때나 먹으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약사님이 "그렇게 먹으면 반은 버리는 거예요"라는 말씀을 하시더라. 알고 보니 영양제마다 최적의 섭취 시간이 따로 있었다. 나도 한동안 돈만 버렸구나 싶어서 제대로 공부해보았다.
우선 비타민은 수용성과 지용성으로 나뉜다. 비타민 B, C같은 수용성 비타민은 물에 녹기 때문에 공복에 먹어도 된다. 오히려 아침 공복에 먹는 게 흡수가 잘 된다. 반면에 비타민 A, D, E, K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이 있어야 제대로 흡수된다. 그래서 식사할 때 같이 먹어야 한다. 나는 저녁에 먹는데, 아침보다 저녁 식사가 보통 기름진 편이라 그렇다.
철분은 까다로운 녀석이다. 커피나 차와 같이 먹으면 안 되는데, 이게 철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그래서 커피 마시는 시간과 최소 2시간은 간격을 두어야 한다. 또 칼슘하고도 같이 먹으면 안 된다. 서로 흡수를 방해하거나 결합해서 독성 물질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니까 철분은 저녁에 먹는다.
칼슘은 또 다르다. 뼈에 잘 흡수되려면 비타민D가 필요한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비타민D는 햇빛을 받아야 활성화된다. 그래서 낮에 먹는 게 좋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철분이랑은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 나는 점심 식사 때 칼슘을 먹는다.
종합비타민도 시간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종합비타민에는 수용성과 지용성 비타민이 둘 다 들어있다. 그래서 식사와 함께 먹는 게 가장 무난하다. 다만 아침보다는 점심이나 저녁이 좋다. 아침은 보통 급하게 먹고, 식사량도 적은 편이라 영양분 흡수가 제한적이다.
유산균은 공복이 좋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언제의 공복이냐'다. 아침 공복도 나쁘진 않지만, 밤에 자기 전이 더 좋다. 밤사이에 장이 쉬는 동안 유산균이 자리잡을 수 있다. 다만 자기 직전은 피하고 한 30분 정도 여유를 두고 먹는다.
오메가3는 지용성이라 식사와 함께 먹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트릭이 하나 있다. 오메가3는 산화되기 쉬워서 위산에 약하다. 그래서 식사 중간이나 직후보다는 식사 시작할 때 먹는 게 좋다. 위산 분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니까.
마그네슘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저녁이나 자기 전에 먹으면 좋다. 다만 칼슘이랑 같이 먹으면 흡수가 떨어지니 시간차를 두어야 한다. 나는 저녁 식사 때 칼슘을 먹었다면, 마그네슘은 자기 전에 먹는다.
이렇게 보면 꽤 복잡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식으로 정리했다.
아침 공복: 비타민B, C
점심 식사: 칼슘, 비타민D
저녁 식사: 종합비타민, 오메가3, 지용성 비타민
취침 전: 유산균, 마그네슘
처음에는 이거 지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자연스럽게 습관이 됐다. 특히 알약 케이스에 시간대별로 나눠담아두니까 훨씬 편해졌다. 무엇보다 영양제 효과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 같다. 이제는 그냥 먹는 게 아니라 제대로 챙겨 먹는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