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여행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었다.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했지만 일본은 좀 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는 게 느껴졌다. 특히 도쿄 지하철을 타면서 놀랐던 경험들을 토대로 일본의 장애인 복지 정책을 살펴보려 한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건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정책이다. 말 그대로 장애물을 없애자는 건데, 단순히 경사로만 설치하는 게 아니다.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는 기본이고, 플랫폼과 전철 사이 틈이 거의 없어서 휠체어가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심지어 시각장애인을 위해 바닥에 점자블록을 깔 때도 방향에 따라 색깔을 다르게 한다. 노란색은 직진, 파란색은 방향 전환이라고 한다. 이런 섬세함이 참 대단하다.
재미있는 건 '헬프마크'라는 제도다. 심장병이나 내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건데, 겉으로 봐서는 장애가 있는지 모르니까 하트 모양의 작은 뱃지를 달고 다닌다. 이걸 보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도 양보하고 도움도 준다. 처음엔 뱃지 하나로 뭐가 달라지나 싶었는데, 이게 은근히 효과가 좋더라.
경제적인 지원도 꽤 체계적이다. 장애 정도에 따라 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건 기본이고, '자립지원수당'이라고 해서 취업한 장애인에게 추가로 돈을 준다. 일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게 아니라,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다. 실제로 도쿄 시내 편의점에서 장애인 직원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교통비 지원도 인상적이었다. JR패스처럼 장애인용 패스가 따로 있어서 기차나 버스를 반값에 탈 수 있다. 게다가 보호자 한 명도 같이 할인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일본은 좀 더 폭넓게 적용하는 것 같았다. 특히 신칸센같은 고급 열차도 할인해준다는 게 놀라웠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다. 일본도 여전히 장애인 고용률이 낮고, 차별 문제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지하철역에서 본 '양보석'이 기억에 남는다. 우선순위석이라고 해서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자리인데, 이걸 그냥 색만 다르게 한 게 아니라 좀 더 편하게 만들어놨다. 팔걸이도 움직일 수 있고, 등받이 각도도 조절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정책들이 단순히 '배려'를 넘어선다고 본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시민이니까,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거다.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했지만, 일본의 이런 꼼꼼한 정책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헬프마크같은 아이디어는 당장이라도 도입해봐도 좋을 것 같다.